암흑 물질의 이름과 대중적 인식

브랜딩 전문가의 놀라움

최근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인 콘퍼런스에 갔다가 브랜딩 전문가라는 마케팅 종사자 마시모를 만났다. 내가 그에게 내 연구에 대해서 말했더니.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걸 암흑 물질이라고 부릅니까?” 그는 과학에 반대한 게 아니었다. 쓸데없이 부정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이름에 반대한 것이었다.

대중문화 속의 ‘암흑’

물론 세상의 모든 브랜드가 암흑(dark)”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의미만을 결부시키는 것은 아니다. “다크 나이트”는 좀 복잡한 인간이기는 해도 좋은 남자였다. 어쨌든 “다크 섀도”, ‘그의 암흑 물질'(우리나라에 ‘황금나침반」이라는 제목으로 옮겨진 필립 풀먼의 판타지 소설 중 제2부의 원제이다. 옮긴이), “트랜스포머: 달의 암흑”, 다스 베이더의 ‘포스의 다크사이드’에서 쓰인 바에 비하면 – 영화 「레고 무비」에 나오는 배꼽 빠지게 웃기는 「다크 송」도 있다.

평판과 실제 사이의 괴리

암흑 물질의 ‘암흑’은 차라리 얌전한 편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었든 암흑의 존재에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지만, 암흑 물질은 알고 보면 그 이름이 주는 평판에 못 미치는 편이다.

유일하게 정확한 은유: 비가시성

암흑 물질이 사악한 존재들과 공유하는 특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시야에서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암흑 물질은 우리가 아무리 열을 가하더라도 빛을 방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만큼은 이름을 잘 지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암흑 물질은 정말로 암흑이다. 불투명하다는 뜻이 아니라 빛을 내지 않는다는 뜻에서, 심지어 빛을 반사시키지도 않는다는 뜻에서 암흑 물질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미경이나 망원경을 써서라도 마찬가지이다.

이름의 대안: ‘투명 물질’

마시모는 “투명 물질’이라는 이름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적어도 덜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의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마시모의 선택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암흑 물질”이라는 용어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 용어가 사람들의 관심을 꽤 많이 끌어들인다는 것은 인정한다.

본질적으로 온화한 존재

그렇다고는 해도 암흑 물질은 결코 불길하지 않고 강력하지도 않다. 적어도 엄청난 양이 모이지 않는 한은 그렇다. 암흑 물질은 보통 물질과 워낙 미약하게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내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바로 그것이 암흑 물질이 이토록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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